2023. 5. 30. 00:00ㆍ맛집/데이트 장소
이번 달은 어느 달보다 쉬는 날이 많아 행복한 달이었다. 가정의 달이라서, 가족과 함께 보낼 시간을 충분히 보장해 준 고마운 달이였다. 하지만, 연휴 때 하필 비와 함께 찾아왔다. 아쉬움이 컸다.
5월 28일 석가탄신일, 부처님 오시는 날 전날. 비는 주르륵주르륵 내렸다. 오랜만에 랑똥이 엄마를 보아서 행복했다. 나에게는 부처님 오신 날이 아니라 우리 엄마 오신 날.
엄마 "답답한데 콧바람이라도 쐬고 오자! 오히려 비가 와서 사람들이 없을 거란다. 나가보자"
간절한 요구사항을 거절하기 어려워 길을 나섰다.
어딜 갈까? 고민하다 고민하다. 방문한 인천대공원.
하루종일 비가 와서 그런지 한적했다.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이런 모습은 처음이었다.
주말인데 말이다. 평일 같은 모습이라 살짝 당황했다.
비를 맞은 공원은 분위기 있었다.
쭈르륵 쭈르륵 빗소리를 들으면서 풀내음과 나무들이 뿜어내는 피톤치드는 상쾌하게 만들었다.
분명, 집구석에만 있었다면, 우울했을 텐데 자연과 함께하니 나의 마음도 초록 초록하게 돋아나는 듯했다.
그래서 우울할 때는 나가서 걸어라. 하는 말이 맞다.
우울증이 심한 사람은 계절이 어찌 가는지 모른다고 한다. 그게 심각하다고 한다. 만약 당신이 우울하다면, 계절의 변화를 알 수 있는 가까운 공원, 공원이 없다면 가로수를 보자! 나가서 직접. 본인의 눈으로 보자!
분명 나무들은 말할걸. 가을에 자기가 염색하면 꼭 봐달라고, 힘들어도 나 보러 와달라고 기다린다고.
힘내지 않아도 되고, 울어도 되니깐 나를 보러 오라고.
직접 가서 보면 느껴지는 에너지로 위로를 받으니 꼭 꼭 꼭 보러 가 보자!
멀리 떠나지 않아도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곳이 있어 행복하다.
비 오는 인천 대공원은 처음이라서 더 좋았다.
초록색이 더 진하게 눈을 물들여 편안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수다를 떨며, 걸으니, 드라마 속 한 장면 같았다.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으니, 우리 엄마가 건강하여 이 거리를 같이 걸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이 감사함이 오랫동안 지속되기를 바라본다.
인천 대공원에는 인천 수목원 장미원이 있다.
5월 말에서 6월 초에는 꼭 방문하여 꽃놀이를 해보시길 바란다. 비가 와서 그런지 한산했다.
비가 오며, 바람이 꽤 불어서 장미가 떨어졌지만, 그 화려함을 가져갈 수 없었다. 촉촉하게 젖은 저마다의 꽃들이 자기만의 매력을 뽐내고 있었다.
장미는 붉은색이 최고다.
여름의 강렬한 빛을 받아서 쨍하니 화려하다.
분홍색 장미는 순수함과 화려함이 함께 있는 걸그룹 같았다. 보아도 보아도 예뻤다.
비는 내렸지만 장미원 분수대는 운영 중.
장미원의 화려함을 더욱더 빛나게 했다.
촉촉하게 젖은 꽃들은 오랜만에 시원하게 갈증을 해소한 것처럼 보였다. 인공적으로 분사되는 물보다, 골고루 쏴 아악 뿌려지는 빗물이 시원하게 적시니 행복해 보였다.
인천의 마스코트들이 장미원에서 즐겁게 반겨준다.
장미터널을 색색별 넝쿨 장미들이 수놓았다.
낮에 반짝이는 별빛을 보는 듯했다.
장미의 꽃말은 거의 대부분이 사랑을 의미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장미를 보면서 오늘은 사랑한다고 말해봅시다. 늘 곁에 있어서 편해서, 늘 있을 거란 착각하지 말고 건강할 때, 행복할 때, 미루지 말고 사랑한다고 말해보자. 본인의 마음속 붉은 장미를 꺼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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